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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donggle math 2023. 1. 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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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 레너드 서스킨드 - 교보문고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 원로 물리학자가 수십 년에 걸친 연구 및 강의 경험으로 쌓아 올린 토양 위에 핀 꽃!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들이 자연스레 고전 역학의 개념과 최소한의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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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제목에 주의해야한다: 레너드 서스킨드의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은 양자역학보다는 쉬우면서 우리가 고등학교 물리학에서 배웠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줄 것만 같다. 약간의 역학, 약간의 전자기학, 약간의 원자이론, 약간의 광학 등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목차를 보는 섬세한 독자라면 깨달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아는 고등학교 물리학과는 매우 다르다. 그보다는 고전 역학에서 생각할 수 있는 근본 법칙을 수학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 고전 물리학이라는 단어는 양자 역학 출현 이전의 물리학을 일컫는다. 고전 물리학에는 입자에 대한 뉴턴의 운동 방정식, 전자기장에 대한 맥스웰-패러데이 이론,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포함된다. 하지만 고전 물리학은 단지 특정한 현상에 대한 특정한 이론 그 이상이다. 고전 물리학은 양자 역학적인 불확정성이 중요하지 않은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일련의 원리들과 규칙들 - 기초가 되는 논리 - 이다. 그러한 일반 규칙들을 고전 역학이라 부른다.
  • Rudin의 PMA가 생각나는 책: 물리의 정석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각자 배경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특히 더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보통 해석학의 근본 책 중 하나로 Rudin의 《Principles of Mathematical Analysis》가 꼽히는데, 막상 내가 읽고 들은 생각은 책이 다양한 사례에서 해석학의 원리를 내면화 시켜야 하는 초심자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이미 주워 모은 지식들을 다시 종합하고 싶은 중급자를 위한 책이라는 것이었다.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도 비슷하다. 다양한 물리적 현상에서 공식을 추출하기보다는 근본 원리를 제시하고 그것을 수학적 틀에 맞추어서 서술해 간다.
  • 난이도가 매우 빠르게 높아진다: 처음에는 벡터의 정의, 미분법, 적분법 등으로 시작하면서 이 책이 일반인을 위해서 쓰인 것이 맞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5강부터 심상치 않아 지더니 8강부터는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검은 것은 내용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경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직접적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연습 문제는 최대한 고민하되, 30분이 넘어가도 풀리지 않으면 해설지를 이용하고, 책의 수식은 직접 써보면서 그 의미를 깨달으면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편미분에 대한 연쇄법칙과 전미분: 직접 손으로 써보면서 풀어보니, 고등학교 수준에서 쓰이는 일변수 함수에 대한 연쇄법칙이 아니라, 학부 1학년 수준에서 쓰이는 다변수 함수에 대한 연쇄법칙이 필요하다. 수학에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책의 내용을 배열했다면 대충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앞부분에 기초적인 도함수 공식과 일변수 함수에 대한 연쇄법칙을 써놓은 것을 봐서는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도 도전하라는 의도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편미분에 대한 연쇄법칙을 그려놓은 다이어그램과 약간의 연습문제가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말이야 이렇게 거창하게 했지만 사실 한 번 공부하면 이해할 수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라면 검색해서 미리 공부하자.
  • 근본 원리를 깨닫는 재미가 있다: 앞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라그랑지안, 해밀토니안,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 푸아송 괄호 등 물리학 현상 그 자체보다는 고전 역학에서 쓰이는 원리와 그 분석 도구를 공부한다. 연습 문제가 그래도 몇 가지 실제 현상에 대한 예를 제공해 주는데, 라그랑지안을 통해서 실험 없이도 진자의 주기에 대한 근사적인 공식을 유도해 냈을 때는 수학의 신비로움을 충분히 즐겁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해밀토니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는 차원에서 부록을 읽어보며 케플러 제2, 3법칙을 유도하자. 이를 통해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재미를 느끼면 이 책의 목적이 잘 달성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
  • 결국 물리의 언어는 수학이다: 예전에 물리학을 배울 때 일직선으로 가속하는 버스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관성력은 대충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심력과 원심력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모호하게 이해해 그냥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도로만 익혀두고 찜찜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했었다. 하지만 비관성좌표계의 개념을 익히고, 회전하는 좌표계를 행렬을 이용해 표기하며, 약간의 편미분 지식,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힘은 퍼텐셜에너지의 변화율이라는 것을 익히고 직접 계산했다. 그러니 어느 힘이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힘인지, 어느 힘이 겉보기힘인지, 회전하는 좌표계에서 실제로 구심력만 영향을 미치는 입자가 정지한 것처럼 느껴질 때 어떻게 보정이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 같이 공부하시죠: 이 책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명이서 공부하는 것이다. 한 명이 책에 있는 강의의 내용을 직접 유도해서 설명하고 다른 한 명이 그 설명이 괜찮은 지 들어본 다음에, 역할을 바꾸어 다시 한번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어디를 모르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는 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세 명 이상이면 높은 확률로 듣기만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이 사람은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없다. 요약하자면, 직접 부딪혀가면서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책이다. 그리고 책은 독자를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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